[급성장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그러나 전업유투버 절반이 128만원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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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14:18 지비산업정보원본문
극과 극 132조원 시장, 전업 유튜버 절반 1년에 128만원 못 번다
◇전 세계 3억명 “나도 크리에이터”
링크트리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1042억달러(약 132조원)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고 추산한다. 대표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 150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매 분마다 약 500시간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고, 매일 1억2200만명 이상이 찾아 50억개 이상의 동영상을 시청한다. 그 덕분에 지난 2006년 16억5000만달러로 구글에 인수됐던 유튜브는 지난 2021년에만 288억5000만달러(약 36조5800억원)의 광고 매출을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서구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직장인들의 대규모 자발적 퇴사 열풍도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대사직 열풍(The Great Resignation)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1월 유럽 직장인 1만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10%가 향후 6개월 내에 본업을 그만두고 크리에이터로 전업하는 걸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36%는 이미 “유튜브·틱톡 같은 콘텐츠 제작 플랫폼이나 전자상거래로 부수입을 벌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특히 퇴사 위험이 높은 IT와 금융, 엔지니어링, 제조 분야 사무직 노동자 중에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본업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다변화하는 창작자 플랫폼
늘어난 크리에이터 만큼이나 플랫폼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웃스쿨은 미국과 캐나다 현지 전·현직 교사와 각 분야 석·박사 출신 전문가들을 끌어모아 3~18세 아이를 대상으로 한 원격 교육 콘텐츠를 판매한다. 2020년 3월만 해도 이곳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교사는 1000여 명에 불과했다.현재는 1만명의 교사가 영어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역사 같은 일반 교과목은 물론 우쿨렐레와 클라리넷, 한국어, 힙합 댄스, 분자 요리법 등 14만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로 183국 100만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실시간 화상 수업을 제공 중이다. 이들이 아웃스쿨에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누적 수익만 1억3900만달러(약 1769억4700만원)에 달한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닷컴은 아웃스쿨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의 평균 시급은 25.75달러로 미국 교사들의 평균 시급(16.84달러)보다 53% 높다고 분석했다.
25만명에 달하는 패트리온 크리에이터는 지난해 2분기까지 35억달러(약 4조4170억원)를 지급받았는데 이 중 20억달러(약 2조5360억원)를 2021년 한 해 동안 벌어들였다.
◇생활고 시달리는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일자리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지만, 동시에 그림자도 그만큼 짙어진다.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건 창작자들에게 턱없이 불리하게 돼 있는 수익 배분 구조다. 유튜브에선 구독자 1000명과 지난 1년간 콘텐츠 시청시간 4000시간을 충족해야 창작자가 광고 수익을 나눠 받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45%를 수수료로 떼간다. 다른 플랫폼은 더 심하다. 틱톡에선 그간 팔로어를 늘린 뒤 외부 제휴 광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을 뿐 플랫폼 수익을 배분받진 못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 옆에 광고를 배치해 1년에 각각 920억달러, 34억달러 매출을 올렸지만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한 푼도 나눠주지 않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대형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안 지면서 공짜로 창작자들을 부려 이익을 착취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전업 창작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링크트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업 크리에이터 중 46%가 연간 1000달러(약 128만원) 미만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전업 근로자의 평균 급여(2022년 2분기 기준 5만4132달러) 수준인 5만달러(약 6378만원) 이상을 버는 전업 크리에이터는 12%에 불과하다. 인플루언서스 클럽의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 네다 팝 안도노프는 “광고 수익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려면 100만명의 활성 구독자가 필요하다”며 “전 세계 크리에이터 2억명 중 팔로어 1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이는 단 200만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의 한파는 크리에이터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슈카·침착맨·오킹·풍월량·빠니보틀·곽튜브 등 유명 크리에이터 460여 팀이 소속된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지난 11월 사업조직 개편과 권고사직에 나섰다. 이 회사는 유명 유튜버들과 계약해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 영상 편집 등을 지원해주고 광고 수익의 20%를 배분받는 이른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중 하나로, 최근 2년간(2020~2021년) 영업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국내 크리에이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투자 환경이 악화되자 일단 몸집을 줄이고 살아남는 데 주력하기로 한 것이다.
<출처: 조선비즈 안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