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혁신 83] 폐허에서 문화중심지 영국 South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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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6:41 지비산업정보원본문
2차 세계대전 당시 집중 폭격으로 무너진 곳에 문화시설 집적화
주민 참여 속에 산책로·공원 대폭 확대, 최고 휴식처로 재탄생
사우스 뱅크 (South Bank)는 웨스트 민스터 (Westminster)시 맞은 편 템즈 강 (Thames River) 남쪽 기슭에있는 영국 런던 중심부의 엔터테인먼트 및 상업 지구입니다.
<사우스 뱅크에 있는 런던 아이>
영국 런던 템스강 남쪽의 사우스 뱅크(South Bank)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일찌감치 개발됐던 전형적인 산업지대다. 그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아야 했고, 사람이 살기 어려운 폐허가 되고 말았다.
그런 사우스 뱅크는 1951년 영국 정부가 박람회의 일종인 '영국 페스티벌'을 열며 런던 문화예술지구라는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다. 과학, 기술, 건축 중심이었던 박람회에 예술 분야 비중을 대폭 강화해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문화예술지구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된 것이다.
템스강을 따라 형성된 넓은 강변과 녹지공간도 큰 강점이었다. 박람회의 중심 행사장 역할을 맡기기 위해 신축한 '로열 페스티벌 홀'은 사우스 뱅크가 문화예술지구로 성장하는 주춧돌이 됐다. 로열 페스티벌 홀은 2천900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박람회 기간에 각종 공연과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후 1957년 영국영화협회가 이 건물에 입주했고, 1967년에는 또 다른 콘서트홀인 '퀸 엘리자베스 홀'과 '퍼셀 룸'이 차례로 들어섰다. 1968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 갤러리인 '헤이워드 갤러리'가, 1976년에는 1천석 규모의 주 공연장 등을 갖춘 '로열 국립극장'이 인근에 건립됐다. 그 밖에 많은 미디어와 문화기관들도 속속 자리를 잡았다. 짧은 기간에 폐허가 문화예술시설 집적단지로 대변신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토대가 마련됐는데도 사우스 뱅크의 활성화는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도시재생 방향이 일관성을 잃은 데다 지역 주민을 배제한 채 진행된 탓이다. 이 일대를 업무지구로 조성하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사우스 뱅크에는 1960년대 들어 하나둘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통근자들이었고 지역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었다. 1970년대 초 사우스 뱅크 인근의 인구가 5만명에서 4천500명으로 급감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인구 감소로 지역의 소규모 사업체와 상점, 학교들도 차례로 문을 닫았다. 주거나 공공공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희망의 불씨는 사그라들었고 사우스 뱅크는 여전히 런던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우스 뱅크는 1980년대 들어 지역주민이 도시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주민들은 자발적인 공동체이자 사회적 기업인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 CSCB)'를 조직해 기업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닌 주민을 위한 주택, 편의시설, 공원, 산책로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리고 기업들의 수익을 회사나 주주가 아닌 지역사회의 공공 서비스에 투자하도록 강제해냈다.
시민의 템스강 접근을 가로막는 건물을 없애고 강가에 산책로와 공원들을 만들었다. 주민의 레저, 예술, 교육, 체육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중고 책·음반 시장과 푸드 마켓을 만들고 다양한 축제를 여는 등 즐길 거리도 늘렸다. 폐쇄된 항구, 창고, 공장 지대 5만2천여㎡를 직접 사들여 임대주택, 예술작업장, 커뮤니티센터로 재개발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 개발사업에 지속해서 재투자했다. 민간 투자자나 정부 주도가 아닌 주민이 중심이 돼 재생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정체성을 보호하고, 재개발로 원주민 또는 영세 사업자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도시재생의 모범을 만든 것이다.
CSCB는 "우리가 사는 지역을 더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놀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설립 목표"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던 민간기업들도 CSCB의 요구가 상생의 도시재생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 동의했고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1998년 설립된 '사우스 뱅크 센터'를 중심으로 사우스 뱅크의 보행환경 개선과 대형 옥상정원과 같은 쉼터 확충사업이 더욱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사우스 뱅크가 런던 최고의 문화예술지구이자 휴식처로 자리 잡은 것은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이제 사우스 뱅크에는 런던의 명물인 런던 아이까지 설치돼 주말이면 걷기 어려울 만큼 인파가 몰린다.
연합뉴스 백도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