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기업이 유념해야 할 키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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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11:56 지비산업정보원본문
‘디지털 전환’ 꿈꾸는 기업이 유념해야 할 키워드 3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엣지 컴퓨팅, 대화형 플랫폼, 몰입 경험, 블록체인, 이벤트 드리븐, 사이버 시큐리티…. 이 단어들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꾸준히 ‘2018년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선도할 트렌드’로 꼽혀온 키워드란 사실이 그것이다. 실제로 올 한 해 사람들이 이런 단어에 익숙해지는 사이, 각각의 키워드로 표현되는 기술은 현대인의 일상에 알게 모르게 정착돼왔다. 그리고 그 속도는 내년이면 더 빨라질 전망이다.
기업 생존의 필수 전략 된 ‘디지털 전환’
현대인의 일상은 끊임없이 바뀐다. 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기업 입장에서 이 모든 변화는 생산 활동의 단초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기업 경영에서 변화는 시작이자 끝이라 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변화가 일상다반사의 영역으로 편입된 세상에선 변화란 단어 자체의 영향력(impact)이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예전 변화’와 유사한 힘을 지니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혼란(disruption)’이다.
영단어 ‘disrupt’의 사전적 정의는 ‘혼란스럽게 하다(방해하다)’다. 이 단어는 ICT 기술 동향을 정리하는 글에 꽤 자주 등장한다. (“2019년엔 어떤 기술이 ICT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할까? 같은 표현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는 ICT 생태계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 구도를 띠고 있단 방증으로도 읽힌다. 일부 기업은 자진해서 혼란을 만들어내고(self-disrupt), 그 상황을 역시 스스로 극복해내며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용어가 있다. 사업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다시 구상하고 변형, 적용하는 일을 일컫는다. 오늘날 기업 경영자에게 디지털 전환은 최우선적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디지털 시대의 미래 기업 활동’을 주제로 한 연구 기관이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96%는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고, 88%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각각 답했다. 85%는 “향후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2년 이내에 디지털 전환 작업을 상당 수준으로 진전시켜야 한다”고 내다봤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디지털 전환은 △조직이 거대하고 △역사가 길며 △기술과 거리가 먼 기업일수록 실행이 쉽지 않다. 하지만 노드스트롬·디즈니·맥도날드·메리어트 등 몇몇 기업의 성공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통설도 언제나 들어맞진 않는다. 다시 말해 기업 규모나 주력 기술과 무관하게 통용되는 ‘디지털 전환 성공 키워드’가 존재한다. 이는 ‘사람(소비자) 중심의 체계적 변화’로 요약된다.
#1 기술 통합, 그 중심엔 ‘소비자’ 둘 것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고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 대다수의 목표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의 융합이나 적용이 시도되기도 한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소비자와의 직접적 상호 작용을 통해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을 제공하는 유형이 하나, 연결성(connectivity)을 개선함으로써 이용의 편리성을 증대하는 유형이 다른 하나다.
ICT 기술은 보다 빠르고 체계적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맥도날드는 최근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자기 입맛에 맞는 햄버거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125년 역사의 향신료 회사 맥코믹앤드컴퍼니(McCormick & Company)는 몇 년 전 ‘음식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온라인 플랫폼 ‘플레이버프린트(FlavorPrint)’를 론칭했다. 소비자가 자신의 식습관과 입맛에 관해 20개의 퀴즈를 풀면 그 데이터를 활용, 해당 소비자에게 적합한 레시피와 추천 메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2 CEO가 ‘끌고’ 유능한 임직원이 ‘밀고’
오늘날 디지털화는 ‘고객 만족’이나 ‘주주 가치 창출’ 따위의 모호한 목표 수립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즉 기술 관련 비용 지출로 직결되는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따라 잡으려면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자가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분기마다 펴내는 경영 전문 학술지 MIT 슬로언매니지먼트리뷰(MIT Sloan Management Review)는 “디지털화에 성공한 기업의 41%는 최고경영자 수준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나 CDO(Chief Digital Officer)에 의한 변화는 16%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작업을 CEO가 주도하는 건 △재원 확보 △변화 적응을 위해 필요한 기술 훈련 △조직 문화와 조직 구성원의 마음가짐(mindset) 변화 △재능 발굴과 배치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조직 내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술 자체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임직원의 관련 역량 증진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세기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임직원의 판매 역량 증대에 꾸준히 투자해온 걸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이 부문을 한층 강화하는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가 노드스트롬닷컴(Nordstrom.com)과 노드스트롬 앱이다. 이 두 플랫폼은 각각 재고 관리 체계와 통합돼 있어 어떤 채널을 통해서든 소비자에게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3 전 부문이 통합, 호환되는 역량 구축
기업 내 디지털 역량의 강화는 모든 사업 부문과 통합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적시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앱이나 소셜미디어 도구를 최고 수준으로 갖추는 것보다 중요한 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체계적으로 구성, 세세한 부분까지 통합·호환되도록 관련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새로 구축된 디지털 경로를 통해 기존에 쌓여있는 고객(이나 제품) 관련 필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절차가 효율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제아무리 그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이뤘다 해도 효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통합적·체계적 디지털 변용은 ‘디지털 부채’라는 형태의 비용이 누적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디지털 부채란 ‘새로운 솔루션 도입 초기에 체계 없이 부분 개선 작업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가 기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누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론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데, 이는 부채에 이자가 붙는 현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작업을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디지털 부채가 누적되지 않도록 초기 구상 단계에서부터 잘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디지털 변용 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사이버 보안이다. 고객이나 제품에 관한 정보가 기업들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고, 데이터 수익화가 하나의 사업 모델로 자리 잡으며 인적 정보 누출 등 사이버 보안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와 그 특성)가 거래에 활용되는 방식을 스스로 통제하는 한편, 제3자에게 선별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사이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방식을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