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비산업정보원
뉴스&공지사항
자료실
해외연수 공개프로그램
EXPO+혁신기업 연수프로그램
지식&정보
[독일에 살아보니 한국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3] | 2018.07.23 09:16:32
[지비산업정보원]
-독일인 남편과 살면서 놀란 점이 있나요?

결혼한지 1년 정도 됐어요. 독일인 남편이라서 그런 건지 이 사람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일 놀란 건 첫 데이트 때에요. 제가 좀 춥게 입고 나갔더니, "내가 오늘 한 번만 옷을 주지만 다음엔 추우면 너가 옷 입고 나와"라고 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다음에 춥게 입고 간 적이 있는데 절대 안 주는 거예요. 자기는 목도리, 장갑까지 다 했으면서. 한국 남자라면 줬을 텐데. 서운했는데 어쩔 수 없었죠.

집에서도 뭘 고치는 건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구 좀 갈아' '이것 좀 해'했더니, 저에게 전동공구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자전거 수리하거나 가구 조립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자가 못하는 건 없다." 이렇게 남녀 평등적인 게 있어요. 근데 가끔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너무 칼 같으니까 "얘가 날 사랑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말싸움을 할 때도 감정적 싸움은 거의 없고 다 논리적으로 다 풀어야 해요. 그리고 결론이 나야 해요. 해결책을 만들고 새로운 룰을 만드는 거죠. 집에 룰이 많아요.

-육아에 대한 룰이 있나요?

래아를 돌보는 건 50대 50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각자 3일씩 래아를 봐요. 남은 하루는 패밀리 데이고요. 패밀리 데이는 세 가족이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거예요. 로버트가 효율성을 추구해요. 월수금 제가 래아를 보면, 화목토 로버트가 래아를 보잖아요. 그러면 셋이 같이 있는 시간이 없으니 하루를 정한 거예요.

이유식도 처음엔 점심은 로버트가 만들고, 저녁은 제가 만들었어요. 근데 점심은 오트밀과 과일이고, 저녁은 야채가 들어가서 오래 걸려요. 제가 이걸 얘기하자 "그러면 일주일마다 점심, 저녁 당번을 바꾸자"고 했어요.

-집안일에 대한 분담도 있나요?

제가 요리를 하면 남편이 설거지를 해요. 로버트는 저녁에도 빵과 치즈를 내놓는 경우가 있어요. 독일에선 저녁에도 빵처럼 찬 식사를 먹기도 하는데, 전 저녁은 꼭 따뜻한 식사가 필요해요. 그걸로 싸우다가 결국 요리는 제가 하는 거로 정했죠.

-독일의 출산, 육아는 어떤가요?

너무 좋아요. 일단 의사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의료진의 차이보다 독일은 자연분만을 중요시해요. 가족 분만실에 아내와 남편이 함께 있고, 간호사가 계속 확인하러 들어와요. 저는 6일 동안 분만을 했거든요. 그게 한국은 되게 비싸대요. 독일은 모든 병원이 그렇고 출산 과정이 모두 무료예요.


출산 전 출산 고통을 모른채 분만실에서 해맑게 찍은 사진. 사진제공=박은영
-영국의 무상의료가 유명하지만 오래 걸린다는 불만도 있던데요.

독일도 그래요. 무상이지만 너무 오래 걸려요. 증세에 따라 병원에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도 있는데, 심각하지 않으면 3~4개월은 기다려야 해요. 한국에선 소아과 갔는데 20분도 안 걸려서 로버트가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독일에선 래아 태어난 다음에 소아과 병원 8군데를 다니면서 래아의 주치의가 되어 달라고 신청했거든요. 근데 예약해도 가서 1시간 기다려야 하고, 예약 안 하고 가면 4시간을 기다려야 했어요.

-시부모님과는 어떻게 지내세요?

베를린에 사는데 30분 거리예요. 애를 잘 봐주셔서 제가 일부러 많이 오라고 하죠. 사람마다 다르지만 독일 사람들이 좀 남의 일에 관여를 잘 안 하잖아요. 한국 부모님들은 내가 이만큼 희생하고 투자했으니 보상 심리가 있어서 관여를 더 하는 것 같아요. 시댁과 문제는 집을 사줬거나 지원을 해주셨으면 어머니가 와서 반찬이 '이게 뭐니'하시는데 독일은 안 해주고 바라지도 않는 문화예요. 독일 애들은 자기 엄마나 시어머니가 애 보러 자주 오는 것도 싫어해요.

저는 그게 문화충격이었어요. '내가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냐'고 생각해요. 저는 산후조리도 한 후에 친정어머니가 한 달 와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독일 친구들은 그걸 이해 못하더라고요. 굉장히 독립적인 걸 좋아해요. 저만 시어머니에게 아무 때도 와도 좋으니 와달라고 하죠. 시어머니는 그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시어머니는 '독일 며느리라면 눈치 봐서 잘 못 볼 텐데 너라서 (래아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해요.

독일은 가족관계가 소홀한 것 같아요. 한 번 독립하면 부모님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해요. 근데 저는 아니잖아요. 남편은 (독일, 한국 문화) 두 개를 다 경험했잖아요. 이번에도 남편이 여행 가기 전에 친정어머니가 갈비를 해줬어요. 한국 사람들이 정 많고 그런 걸 알죠.

다른 건 시어머니는 래아에게 뭘 먹일 때도 제 허락을 꼭 받으세요. 근데 우리 아빠, 엄마는 그냥 래아를 데리고 산책을 가죠. 그러면 로버트가 많이 놀라더라고요.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하루동안 히잡을 쓰고 베를린 "아랍타운"에 갔다. 사진제공=박은영
-독일에서 소수인종으로 사시는 건데요. 인종차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종이라는 이유로 긍정, 부정적 특징을 결부 짓는 것, 고정관념을 갖는 게 모두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인종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이요.

예를 들면 터키계 독일인은 항상 이 질문을 받아요. 너 어디서 왔냐고. 그러면 정말 유창한 독일어로 '나 독일에서 태어난 독일 사람'이라고 하죠. 그러면 독일애가 다시 "아니 너 진짜 출신이 어디냐"고 다시 물어보죠. 그러면 터키계 독일인들은 정말 열 받거든요.(미국에서 동양계 미국인이 받는 질문과 똑같네요.)

한국은 인종차별이 정말 심해요. 한국에 있을 때 흑인 친구가 많았는데 지하철에서 아줌마들이 "어머 신기하네"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머리카락을 만지고 가요. 택시 타면 기사가 "냄새난다"고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백인우월주의가 너무 강해요. 저는 아기 정체성이 걱정되거든요. 어느 곳도 속하지 않잖아요. 저는 아이와 닮은 인형을 사주고 싶은데 한국 와서도 백인 인형밖에 없어요. 육아 서적에 나오는 사람도 대다수가 백인이에요. 이런 게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내 눈은 찢어졌는데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인형은 쌍꺼풀 가진 백인 같은 인형인 거잖아요. 저는 그것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해요.

박은영씨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그의 독일 생활을 더 볼 수 있다.

출처 https://www.huffingtonpost.kr/kim-byungchul/story_b_17962788.html
이민자 인터뷰⑩] 독일 베를린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