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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살아보니 한국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2 | 2018.07.16 09:21:56
[지비산업정보원]
독일의 삶은 어때요?

(한국에 비해선) 굉장히 느려요. 삶이 템포도 느리고 변화하는 것도 느리고요. 저도 스타트업에 일하고, 베를린이 빨리 변하는 도시지만 한국처럼 드라마틱하진 않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 보는 한국은 어떤 모습이에요?

제 친구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일단 음식이 맛있는 나라, 빨리 변화하고 기술이 발달한 나라로 인식해요. 싸이, 삼성도 있으니까요. 래아와 공원에서 있으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난민들이 제가 한국인인 걸 알아보고 와요.

대부분 방탄소년단 팬 청소년인데요.. 한국이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해요.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고 싶고,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고요. 한국 사람은 예쁘고 옷도 잘 입는 모든 게 환상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정말 한류로 한국 위상이 달라진 걸 느껴요. 제 친구가 (동유럽에 있는) 몰도바 사람인데 대장금이 인기래요. 그 친구 할머니가 70대인데 이영애 포스터를 집에 붙여놨대요. 아랍어 자막이 달리는 한국 드라마 앱도 있고요.


베를린의 한 전철역에 있는 매대. 눈높이에 맥주가 즐비하다. 사진=김병철
-은영님이 외국에서 미디어로 접한 한국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상반된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 부정부패를 보면서 '한국은 멀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동시에 또 국민들이 나서서 시위를 하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멋지구나'라고 생각했죠.

-독일과 한국이 일상에서 다른 점은 뭔가요?

독일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 (현지채용으로)일한 적이 있는데 '하이어라키(위계화된 조직구조·Hierarchy)'가 너무 심해서 힘들었어요. 제가 밤새서 근무하고 다음날 점심에도 너무 바빠서 라면을 먹어야 했어요. 같은 사무실에 일이 많지 않은 대리 분이 계셨고요. 바빠 죽겠는데 누구 한 명이 라면 물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분이 "너가 바쁘지만, 대리인 내가 해야 할까?"하는 거예요. 결국 바쁜 제가 했죠.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가 대신 주문해준 저녁 메뉴가 맛없다고 불평을 했어요. 말을 뱉고 너무나 후회하고 미안했죠. 회사의 위계질서가 나를 괴물로 만드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자책했어요. 회식하면 높은 분이 가운데 앉아서 나머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분의 재미없는 농담만 계속 들어야 했죠. 사원, 대리, 과장, 차장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윗사람이 말하면 '노(No)'라고 못하는 분위기.

그러다 독일 회사에 들어갔는데요. 제 직속 상사가 CEO였지만 서로 이름으로 불렀어요. 회식에도 CEO는 저 끝에 앉고 뭐라고 해도 직원들이 별로 신경 안 쓰고요. 그걸 경험하니까 한국 회사가 너무 싫더라고요. 왜 직책이 업무가 아닌 사적인 부분까지 결정하는가? 그런 것 있잖아요. 항상 막내가 식사를 주문하죠. 막내는 메뉴 결정도 못하면서요.

-저는 '막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막내'라고 부르면서 그 직책이 해야 할 역할을 부여하잖아요. 식당 가면 수저 놓고 주문해야 하고...

저는 예전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젠 못할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에 돌아오니까 음식도 맛있고 너무 좋아요. 근데 돌아와서 살 수 없는 두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런 (위계적인 조직) 문화와 교육이에요.


-독일의 교육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 안에서도 천차만별인 것처럼 독일도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좀 다르긴 하죠. 지인에게 들은 얘기인데요. 한국에서 사교육을 안 시켰는데 자녀가 초등학교에 가서 받아쓰기를 많이 틀린 거예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학원 좀 보내라'고 했다고 해요. 여기는 사교육을 안 하면 안 되잖아요.

최근 자녀를 독일로 무용, 미술 유학 보내는 부모님들을 만났는데요. '차라리 사교육비를 모아서 나중에 아이 사업자금으로 해줄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초등학생부터 월 200만원은 드니까 그거 모으면 10억원이 된다는 거예요. 그런 거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아이의 인권도 빼앗기는 거잖아요.

제가 연봉이 약 3억원인 독일 사람을 아는데 그분은 자녀의 사교육에 아예 관심 없더라고요. 그냥 공교육에 보낸다고 하셨어요. "요즘 경쟁 심해지는데 걱정 안 되냐?"고 물어보니 "사교육을 하면 애들이 놀 시간이 없는데 왜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독일도 사교육 열풍이 분다고 하는데 극소수인 것 같아요.

입시 제도도 많이 다르고요. 독일 대학은 입학이 쉬운데 졸업이 되게 어렵거든요. 입학생의 20~30%만 졸업하고 대다수는 1, 2학년에 관둔대요. 수업이 따라가기도 힘든데, 같은 과목을 3번 이상 낙제하면 다시 못 들어요. 등록금이 무료잖아요. '너가 공부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 기회를) 넘겨야 한다'는 거죠. 1, 2학년 때에는 200~300명이 수업을 듣다가 3, 4학년이 되면 학생이 빠지면서 소규모 수업이 된다고 해요.

독일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있으세요?

100% 신뢰는 아니지만 독일 공교육이 (한국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는 있어요. 적어도 사교육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아프면 수업 일주일씩 안 나오고 그러긴 하지만요. 어느 사회나 각자의 문제는 있잖아요.

-독일에도 학원이나 과외가 있나요?

있긴 한데 공부 못하는 학생을 위한 곳이에요.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보내죠. '나흐힐페(Nachhilfe)'라고 학원 같은 건데 이민자, 저소득층을 위해 비영리로 운영해요.

한국은 보여주기 행정을 잘하죠.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건 잘 안 되어 있잖아요. 구조를 바꾸지는 않으면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는 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독일은 (행정)서비스는 형편없지만 아픈 사람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걸 잘 되어 있어요.

출처 [이민자 인터뷰⑩] 독일 베를린 박은영
https://www.huffingtonpost.kr/kim-byungchul/story_b_179627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