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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살아보니 한국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1] | 2018.07.09 09:17:09
[지비산업정보원]
우리(김병철, 안선희)는 1년간 세계여행을 하며, 해외에 사는 이민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문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공유하고자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 속에 들어가 보면, 나에겐 자연스럽고 아주 당연하던 "자기 나라"의 관습이 꼭 그렇진 않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외국 식당에서 물 한 잔을 마셔도 돈을 내야 하고, 거기다 팁까지 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생소했던가. 반대로 한국에 온 외국인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반찬을 추가로 요구하는 한국인의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이런 양쪽에서의 경험은 이민자에게 좀 더 객관적인 시야를 부여한다. 처음엔 다른 나라의 낯선 모습이 눈에 띄지만, 이내 눈을 돌려 익숙했던 자기 나라의 제도, 문화에도 '물음표'를 붙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비주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경험은 소수자에 대한 공감력,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도 된다. 이민자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래서 항상 흥미롭다. 이번엔 처음으로 국제결혼한 이민자를 만났다. 베를린에서 독일인 남편과 딸 래아와 함께 살고 있는 박은영씨가 그 주인공이다.

육아휴직 중 서울을 방문한 은영씨를 지난 8월19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가 보고 경험했던 독일과 한국의 차이를 함께 들어보자. 이번엔 기존과 같이 전체 이민 스토리를 듣기보다 '미니(?) 인터뷰'로 진행했다.

-소개를 좀 해주세요.

저는 29살이고요. 독일인 남편(로버트·Robert)과 2016년 5월에 결혼해서 베를린에 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래아(Lea)를 낳아서 1년짜리 육아 휴직을 사용 중이에요. 로버트도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6개월 간 한국에 있을 거예요. 한국에는 1년마다 오는데요. 이렇게 길게 있는 건 처음이에요.

-한국에 오면 독일과 다른 점이 더 잘 보이지 않나요?

한국에 오면 '행정 서비스'에서 문화 충격을 받아요. 정말 빠르고 공무원이 친절해요. 도착하자마자 구청에 래아의 주민등록을 하러 갔어요. 독일에선 (주민등록) 예약하면 3개월 정도 걸리고, 당일 관공서에 가서도 2~3시간 기다려야 해요.

근데 한국에선 금요일 오후에 갔는데 30분 만에 끝났어요. 은행 계좌 여는 것도 30분 만에 다 끝났고요. 예약할 필요도 없고 다들 너무 친절한 거예요. 남편이 너무 놀랐죠. 가기 전에 저한테 "금요일 오후인데 예약 안 하고 가도 되냐?"고 물었거든요. 근데 30분 만에 끝나니까.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될 수 있지?"

저희가 진짜 놀란 건 토요일 밤 11시에 지하철 타러 갔는데, 역무실에서 누가 일하고 있는 거예요. 그 늦은 시간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신기했죠. 독일은 아예 사람이 없고 경비하시는 분만 계실 거예요. 언제든 벨 누르면 응답해주는 사람이 대기하고 있고, 그런 행정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로버트가 또 신기해한 건 '1330 관광통역 전화번호'예요.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통역해줘요. "이런 게 있는 한국은 너무 대단하다."고 해요. 로버트와 있으면 한국의 새로운 면을 저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점도 보이고요.

-저도 여러 나라에 사는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의 행정 서비스가 탁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근데 그 이유가 뭘까요?

군대 때문이 아닐까요?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들이 지하철 같은 공공기관에서 일하잖아요. 양질의 20대 노동력을 행정으로 값싸게 쏟으니까... 독일에 비해서 한국의 공공 일자리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좋은 점 위주로 말씀해주셨는데, 안 좋은 점도 꽤 보이죠?

인도, 차도 구분이 없어서 아기랑 다니는 게 힘들어요. 운전자가 보행자 배려를 안 하고요. 차가 횡단보도를 막는 경우도 많아요. 이만큼 자리 주면서 지나가라고 하기도 하고요.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독일은 모든 길에 인도와 차도가 있어서 아기를 데리고 어디든 다닐 수 있어요. 그리고 항상 사람이 차보다 우선이에요.


인터뷰를 마친 후 때마침 횡단보도에 정차해 있는 택시를 만났다. 유모차를 밀던 은영씨는 사진 속 보행자들처럼 택시를 돌아서 길을 건너야 했다. 사진=김병철
제가 너무 무서운 게 로버트가 그런 걸 못 참아요. 자전거를 타니까 어디 가든 교통법을 알아봐요. 한국도 법으로는 사람이 우선이에요. 싸움에 휘말릴 뻔한 게 두 번 있어요. 한 번은 인도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걸 막아서서 "천천히"라고 말해서 싸울 뻔했어요.

다른 한 번은 카센터에서 무슨 통 같은 걸 인도에 세워둔 거예요. 한국 사람이라면 그냥 돌아서 지나갈 텐데 로버트는 그 선을 뽑아버렸어요. "저 사람들이 불법인데 이 정도 복수는 해야 한다"고요. 가게가 인도를 점유하는 그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거예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골목. 인도를 만들기엔 골목이 너무 좁다. 사진 제공=박은영
저도 아기랑 다니니까 스트레스가 심해요. 휠체어, 유모차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인도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계단만 있는 곳도 많고요. 여기 올 때도 지하도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친구들이 유모차를 들어줬어요. 혼자는 절대 못 오는 거죠. 교통 약자가 정말 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해요.

한국이 너무 빨리 발전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죠. 1970년대와 2020년이 섞여있다랄까.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느낌이에요. 제가 서울 공덕에 살아서 그런지, 옆에는 높은 아파트가 으리으리한데 공덕 재래시장만 가도 완전히 다르거든요. 옛것과 새것의 드라마틱하게 공존한 곳. 서울에 살던 외국인 친구들이 모두 하던 말인데 그땐 못 알아들었거든요. 근데 독일 살다 와서 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출처 [이민자 인터뷰⑩] 독일 베를린 박은영
https://www.huffingtonpost.kr/kim-byungchul/story_b_17962788.html